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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노인들도 인터넷 알아야 공생(共生)할 수 있다
노인도 제3의 물결 타는데 예외일 수 없어
 
     지용우 뉴스앤피플 논설주간/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기사입력
2011/9/22 15:47 


인터넷을 몰라 '정보의 바다'에서 표류하는 노인들을 그냥 놔두고 젊은이들만 디지털시대를 구가해선 안 된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980년에 쓴 ‘제3의 물결’에서 21세기에 닥쳐올 정보화 사회를 정확히 예언했다. 토플러는 인류문명의 변화를 3단계 '물결론'으로 분류했다. 즉, 그 옛날 농기구의 개발로 식량의 대량생산이 가능케 된 농업혁명은 ‘제1의 물결’이고, 18세기 중엽에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이 ‘제2의 물결’ 이며, 21세기의정보(IT)혁명이 ‘제3의 물결'이라는 것이다.

  그가 말한 ‘제3의 물결’이 갖는 특징은 ‘탈 대량화’ ‘다양화’ ‘지식기반 생산과 변화의 가속화가 일어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토플러는 인류문명의 발전단계를 차례로 밀려오는 파도(Wave)에 비유했다.
그의 말대로 오늘날엔 IT산업의 꽃인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없는 시대로 변한 것이다.

이 현기증 나는 제3의 물결속에서 노인세대가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대는 사이 인터넷은 우리 생활(Life style) 전반을 확 바꾸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노인들이 민원서류 한 장을 떼려고 구청이나 주민센터에 가서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젊은 네티즌들은 집에 앉아서 온라인으로 잡다한 가사일을 척척 처리하는 등 생활방식에 격차가 현격하게 벌어진 것이다. 민원업무로 구청을 방문하는 시간에 다른 일을 볼 수 있으니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돈을 찾고 송금하기 위해 은행에 갈 필요도 없게 되었다. ‘인터넷 뱅킹’으로 집에서 예금과 송금, 신규 대출 등의 은행업무를 간단히 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어디 그 뿐인가. 상점이나 백화점에 직접 가지 않고도 집에서 카타로그를 보면서 점 찍어놓은 상품을 인터넷쇼핑을 통해 구입하면 택배로 배달되게 되어있다. 주식거래도 인터넷으로 하면 된다.

‘아날로그 사고’(思考)로 디지털시대를 사는 건 고통이다

  아직도 육필(손)로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고 답장을 기다리는 답답한 사람들이 있는가. 있다면 일부 노인들에 국한된 일일 것이다. 단 한번의 인터넷 ‘클릭’으로 멀리 태평양 건너로 이민 간 친구에게 e-메일을 띠우면 시공을 초월해서 즉각 연결되고, 그것마저 시원치가 않으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면서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는 화상통화도 가능한 세상이 되지 않았는가.

병원도 온라인 시스템으로 예약이 가능하고 의사의 처방전까지도 받을 수가 있다. 30~40권이나 되는 백과사전을 왜 집안에 쌓아 두고 이사 갈 때마다 골치를 썩이는가. 인터넷으로 ‘위키백과’를 치면 모든 지식정보가 상세히, 그것도 한국어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언어가 망라된 ‘다언어판(版) 백과사전’으로 볼 수가 있으니 외국어 학습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제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할 줄 모르면 로빈손 크루소 처럼 문명에서 소외되어 고도에 갇히는 신세를 면할 길이 없다. 컴퓨터에 의존하지 않고는 불편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컴퓨터,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이들과는 의사소통도 할 수가 없다.

그러니 결론은 노인들도 더 늦기 전에 컴퓨터를 배워서 ‘컴맹’을 하루속히 면하고 가능하다면 스마트폰도 배워서 ‘제3의 물결’에 올라타라는 것이다. 각 구청에서 무료로 실시하는 컴퓨터강의를 3~4개월만 들어보면 컴맹을 면할 수가 있는 데 왜들 주저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자신과는 무관한양 구경만 하고 있는가.

노인들 중에는 이런 고집과 자존심에 사로잡힌 사람들도 상당수 있을 터이다. “나는 한학(漢學)에 유식한 구시대 지식인이고 천박한 서양문물은 내가 취할 일이 아니다. 지금도 서도(書道)를 즐기며, 육필로 글을 쓰는 것을 자랑으로 안다”고... 하지만 그런 낡아 빠진 아날로그적 사고방식으로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려면 몸과 마음이 피로해진다. 또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길이며 불편도 이만 저만이 아니고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

인터넷은 정신건강과 치매예방에도 좋다

노인들도 인터넷을 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는 장수(長壽)와 결부된 뇌 건강에도 매우 좋다는 의학적 진단이 이미 나와 있다. 인터넷을 하면 늙으면서 뇌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막을 수가 있고 특히 치매예방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었다.

미국의 명문대학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LA)의 ‘기억 및 노화연구센터’의 게리 스몰 교수는 인터넷에 익숙한 55세~76세 12명과 나이, 성별, 교육수준이 비슷하나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12명을 대상으로 책읽기와 인터넷에서 원하는 정보찾기를 하도록 하고 지능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했다.

그 두 구룹에서 인터넷을 하지 않는 구룹은 책읽기를 하는 동안 언어, 기억,시각정보와 관련된 뇌영역만 활동했으나 인터넷을 사용하는 구룹은 복잡한 사고와 의사결정과 관련된 영역인 전두엽(前頭葉)의 활동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구에서 얻어진 결론은 “중년 이후의 사람들이 젊음을 유지함에 있어 컴퓨터가 상당한 도음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고 밝혔다.

각종 현대기기에 익숙치 않은 노인층에겐 인터넷에 적응하는 데 젊은이들 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지만 수 개월만 꾸준히 계속한다면넘지 못할 산은 아니다. 문제는 “나는 컴퓨터를 하기엔 너무 늙었다”는 지례 체념은 금물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한 것이다. 지금은 컴퓨터가 없는 가정은 드물다. 아들 손자를 귀찮게 해서라도 배우려는 의욕을 억제하지 말아야 한다.

인터넷에 매달리고 친구들과 메일이나 사진 등을 교환하고 퍼즐이나 바둑, 컴퓨터 게임 등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몰라 외로움도 우울증도 해소되니 1석3조의 효과를 보는 셈이다. 문장력이 있는 사람이면 자신의 지나온 과거사를 정리하는 글을 쓰는 기회도 가질만 하다.

문제는 “하기는 해야 할텐데...” 하며 늘 걱정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일단 일을 저질러 놓고 보는 것이다. 노인들이라고 ‘제3의 물결’을 타는 데서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지용우(池龍雨) 논설주간

- 경희대 영문과 졸업
- 경향신문 논설실장
- 범민족 올림픽추진위원
- 서울시 교육계획 심의위원
- 시사문제구소 상임고문
- 경희언론문화인상 수상
- 정부와 언론’, 지용우 칼럼   집 ‘시대의 증언’ 외
  저서, 논문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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